빨간냉장고, 中-동남아서 불티…나라마다 선호디자인 달라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32분


빨간색 냉장고에 말하는 전자레인지. 수출용 가전제품은 국내용과 전혀 다르다.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깔이 천차만별이기 때문.

동남아 지역에서는 ‘백색 가전품’이 죽을 쑨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태국에 판매한 2백ℓ급 냉장고는 불과 5천대. 국내 소비자의 취향처럼 흰색 회색 등 단조로운 컬러제품만 수출한 것이 문제였던 것. 삼성은 올해 파랑 빨강 녹색 등 ‘화려한’ 냉장고를 선보이며 지난해보다 8배 늘어난 4만대로 매출을 늘려잡았다.

모래가 ‘지긋지긋한’ 중동 지역에 모래색 가전제품을 내놓았다간 욕만 먹기 십상. 전통적으로 붉은 색을 선호하는 중국에선 제품의 종류를 불문하고 붉은 계열이 인기다.

국내에서 천덕꾸러기이던 제품이 해외에서 효자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국내에 선보인 ‘말하는 전자레인지’가 대표적. 조작 버튼만 누르면 ‘해동’ ‘시작’ 등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 제품은 시각장애인이나 노인을 주요 수요층으로 잡은 야심작이었으나 국내에선 거의 수요가 없었다. 그러나 장애인 전용 유통망까지 있는 영국에선 3월부터 지금까지 7천대 가량이 팔리는 인기를 누리는 중.

대우전자의 ‘카드식 전자레인지’는 조리 방법에 관한 데이터가 입력된 카드만 바꿔 꽂으면 요리마다 최상의 조리 조건을 찾아주는 첨단 제품. 역시 국내에선 빛을 못봤지만 요리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월 2만대씩 팔리며 큰 인기. 대우측은 하반기에 월 4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물도둑이 극성인 중동이나 아프리카로 수출되는 냉장고에는 잠금장치가 필수다. 또 동남아 남미 등 늘 문을 열고 생활하는 지역에선 소형TV에도 ‘빵빵한’ 스피커를 달아야 팔린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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