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核폐기물 재처리」추진…본보,美로비社문건 입수확인

입력 1998-07-14 19:44수정 2009-09-2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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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金泳三)정부 말기인 97년초부터 청와대비서실장을 지낸 박관용(朴寬用)한나라당 의원이 이끄는 마포포럼(김영삼정부 고위관료 모임)을 중심으로 ‘사용후 핵연료의 해외 재처리후 반입 및 재활용 사업’을 극비리에 추진해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와 관련, 박의원은 당시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대중(金大中)정부는 6월에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임동원(林東源)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이 사업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14일 본보가 입수한 자료와 관계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작년 4월 미국 법률회사인 호건앤드하트슨(H&H)사를 상대로 1백만달러(약 13억원)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이 해외에서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설득하는 로비업무를 H&H사에 맡긴 것.

이 계약은 또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를 영국 브리티시뉴크리어퓨얼사에서 재처리해 거기서 나온 핵연료를 한국에 반입하는 프로젝트’를 H&H사가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이 계약을 직접 체결한 이종훈(李宗勳)당시 한전사장은 직접 미국을 방문해 관계인사들과 접촉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장영식(張榮植)신임 한전사장이 H&H사로부터 프로젝트 재계약을 희망하는 6월10일자 서한을 받고, 이 프로젝트의 막후 추진자인 박관용의원 등에게 확인함에 따라 밝혀졌다.

이와 관련, 박의원은 본보에 “97년초 원전 전문가들과 얘기하면서 핵재처리사업의 시급성을 알게 돼 한전과 마포포럼 부설연구소인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을 중심으로 이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의원은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로 했고 김영삼전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핵 재처리사업은 핵연료 확보를 위한 평화적인 목적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재인(申載仁) 전원자력연구소장은 “한반도 비핵화선언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를 해외에서 재처리해 반입하는 것이 지난 정권의 핵정책이며 이 프로젝트 추진은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원자력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원자력위원회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반입하는 문제를 논의한 적도 결정한 적도 없다”며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종훈 전한전사장은 “아무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공직에서 물러난 상태여서 말할 처지가 못된다”고 말했다.

정근모(鄭根謨·고등기술연구원장) 원자력위원은 “한전에서 해외 재처리사업을 타진 정도는 한 것으로 안다”며 “사용후 핵연료를 해외에서 재처리해 들여오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그동안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새 정부는 이 사업의 추진이 △경제성이 없고 △국제 핵확산금지 조약 및 김대중대통령의 통일이념 구현에 장애가 되며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사전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우며 △국내외 환경단체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을 백지화했다.

장한전사장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문제는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를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상정해 H&H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같은 국가안보회의 결정에 따라 이달초 H&H사에 계약해지를 공식통보했다.

<임규진·박현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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