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퇴치 새章]신개발백신 임상실험 돌입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28분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퇴치를 위해 인류가 마침내 생체실험에 참여하는 등 새롭고 거룩한 장(章)을 열었다.

국제에이즈치료의사협회(IAPAC)는 23일 미국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30여개 대도시에서 자원자를 대상으로 최초의 에이즈백신 임상실험을 일제히 시작했다. 이날 수많은 보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백신을 주사맞은 자원자는 의사인 마크 와킨스(38)박사.

그는 IAPAC가 지난해 9월 ‘인류의 천형(天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에이즈백신 개발을 위한 생체실험을 계획하자 목숨을 걸고 이에 참여한 ‘50인의 십자군’가운데 한 명이다.

미 연방식품의약국(FDA)의 승인에 앞선 마지막 단계로 향후 3년동안 실시되는 이번 실험은 미국 백스젠사(社)가 개발한 에이즈 백신(에이즈백스)을 5천여명의 자원자에게 주사하고 면역시스템 및 항체형성의 과정을 살핀다. 백신을 맞은 자원자들은 앞으로 3개월마다 △백신 또는 영양제 주사 △혈액검사 △성생활에 대한 면담 등의 실험에 응하게 된다.

자원자들은 크게 두 갈래. ‘50인의 십자군’처럼 에이즈치료의 현장에서 이 질병과의 투쟁을 결심한 의사 및 공중보건관계자들이 첫째이고 에이즈감염확률이 높은 동성애자들이 두번째.

현재로선 백신의 위험성 여부가 가장 큰 논란거리다.

와킨스박사는 “이 백신은 활동성 바이러스가 아닌 약화된 바이러스를 이용해 만들어진 만큼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은 없다”고 설명했다.

만일의 경우 감염된다 하더라도 에이즈치료제 개발회사들이 조기에 발견하면 에이즈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

그러나 일부에서는 “약화 바이러스일지라도 수천명에게 동시에 투약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에이즈퇴치 운동단체인 ‘필라델피아 파이트’ 소속으로 이번 실험에 참여한 페트르 프론사티는 “자원자들의 진지한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잊게 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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