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貨방어 개입]하시모토, 클린턴에 협조당부

  • 입력 1998년 6월 18일 19시 49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6일 오후11시경(미국시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의 전화를 받았다.

“엔화 폭락세의 국제적 악영향이 너무 심각하다. 미일(美日)의 협조개입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시모토)

“일본은행의 불량채권 문제를 명확하게 처리하라.”(클린턴)

“전력을 다하겠다. 참의원 선거전이라도 이에 대처하고 선거후 불량채권 처리문제에 관한 법안도 내놓겠다.” (하시모토)

“총리를 믿는다. 미국도 협력하겠다.” (클린턴)

엔화가치 방어를 위한 협조개입에 두정상이 극적으로 합의하는 순간이었다. 일본은 엔화가치 폭락에 위기감을 갖고 12일부터 미국의 협조개입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엔화가치 주가 채권값이 동반폭락하는 ‘트리플 약세’의 장세 속에 12일 하시모토총리는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재무관(차관급)을 국회내 총리대기실로 불렀다.

“미국의 협조개입을 추진하라. 당신이 미국으로 가든지 아니면 양국 정상 전화회담을 성사시키라.”사카키바라는 이날밤 늦게까지 전화통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미국설득에 나섰으나 미국은 협조개입에 대해 냉담했다.

15일 아시아 금융시장의 악화 영향으로 미국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폭락하고 중국의 위안(元)화도 압박을 받는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도 긴급대책을 모색했다. 이날 클린턴대통령은 국무 재무장관과 경제 안보보좌관이 참가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끝에 정상간 전화협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 일본파견, 협조개입실시 등을 결정했다. 대신 일본에 대해 조속한 불량채권처리, 소득세 등의 세율을 아예 낮추는 항구(恒久)감세 등 협조개입 전제조건을 강력히 요구키로 했다.

미일 협의중에도 루빈은 “엔화약세 저지는 일본이 구조개혁을 통해 해결해야한다”며 협조개입 가능성을 부정, 일본의 속을 태웠다.결국 일본은 16일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제개혁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한 뒤 루빈 마쓰나가 두 장관은 전화를 통해 합의문을 다듬었다.

〈도쿄·워싱턴〓권순활·홍은택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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