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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5월 31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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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악명 높은 독재자 3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1일 동시에 법정에 선다.
주인공은 피터 보타 전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82)과 케네스 카운다 전잠비아 대통령(74) 그리고 카나안 바나나 전짐바브웨대통령(62).
법정에 서는 날짜는 공교롭게 같지만 재판 이유는 다양하다.
보타 전남아공대통령은 넬슨 만델라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시절의 인권유린을 파헤치기 위해 설립한 인권과 화해위원회에 출석을 거부한 이유로 이날 남아공의 휴양도시 조지의 법정에 출두한다.
78년부터 11년간 남아공대통령이었던 그는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시행하면서 흑인에게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가해 ‘거대한 악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진실과 화해위원회로부터 3차례의 소환명령을 받고도 불응한 그는 “이미 1천7백쪽의 답변서를 위원회에 제시했다”며 “이번 재판은 ‘백인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만델라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64년 잠비아 독립과 함께 초대대통령이 돼 91년까지 여섯번 연임한 카운다 전대통령은 이날 97년10월 발생했던 쿠데타 주도혐의로 수도 루사카에서 재판을 받는다.
그는 집권 후 모든 야당활동을 금지하고 일당독재를 통해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아프리카의 맹주로 자처해왔다.
수차례의 쿠데타와 국제사회의 압력 및 국민적 저항에 따라 다당제를 허용한 뒤 실시한 91년 선거에서 패한 그는 지난 해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목사출신으로 평화주의자로 알려졌던 바나나 전짐바브웨대통령은 이날 7명의 보좌관 및 요리사 정원사 경호원 등 10명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남색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80년 짐바브웨의 초대대통령이 된 그의 남색행각에 대한 폭로는 목사 신분에다 남색이 죄악시되는 짐바브웨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다. 특히 남색을 질색하는 로버트 무가베 당시 총리가 바나나를 대통령에 지명, 무가베 현대통령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바나나는 남색 행각을 부인하고 있지만 목격자만도 40여명이어서 실형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