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핵실험]클린턴 「30분간청」끝내 허사

  • 입력 1998년 5월 29일 19시 40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30분동안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총리를 설득했으나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뉴욕타임스지는 28일 양국 정상이 전화로 나눈 대화를 상세히 전하면서 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 인해 미국이 느끼고 있는 허탈감과 무력감을 실감나게 보도했다.

인도의 경우에는 핵실험 준비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설득할 기회가 없었지만 파키스탄의 경우는 핵실험을 저지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와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실패, 영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미국의 탄식이 지면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실시하기 7시간 전에 샤리프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핵실험을 하지 말도록 30분 동안 간청했다.

클린턴은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이전에도 3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이미 대금을 지불했으나 미 의회의 반대로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F16 전투기 28대를 즉각 인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당근’으로 통화를 시작했다. 그는 또 “핵실험을 포기하면 미국과 파키스탄의 변화된 관계를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변화된 관계란 파키스탄의 안보에 대해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을 공유하겠다는 의미.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핵실험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보다 큰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미국은 당신의 경제를 지원하고 당신이 나라를 방위하는데 필요한 수단들을 제공할 수 있다”며 설득을 계속했다.

그러나 샤리프총리는 냉정했다.

“당신 말은 맞다. 하지만 우리가 인도의 선례를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인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하는데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꼬리를 내리고 있지 않은가. 나는 정말 이 결정(핵실험)을 내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국민은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고 언론과 야당은 강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내 입장을 이해해달라. 이번 일은 이미 내 손에서 떠났다.”

클린턴 대통령은 설득이 실패로 끝나자 ‘채찍’으로 통화를 맺었다.

“만약 당신이 꼭 (핵실험을) 해야 한다면 나도 내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인도에 대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당신이 어쩔 수 없다면 나도 마찬가지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