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핵실험 파문]고삐풀린 核…개발 도미노 우려

  • 입력 1998년 5월 29일 06시 59분


28일 파키스탄의 핵실험은 11, 13일 인도의 핵실험과 함께 ‘잠재적 핵개발국’의 핵 빗장을 열어젖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등 5대 핵강국의 끈질긴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핵개발은 이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준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되는 이스라엘은 물론 이란 이라크 등이 ‘막가파’식으로 핵개발에 뛰어드는 ‘핵개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핵실험 강행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이번 실험의 총책임자로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러 칸은 “파키스탄은 언제든 핵실험을 실시할 준비가 돼있으며 정부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인도 핵실험의 기술수준을 분석한 결과 파키스탄보다 한 수 아래”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47년부터 세차례에 걸쳐 인도와 전쟁을 벌여 모두 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인도가 처음 핵실험을 한 74년을 전후해 파키스탄은 캐나다 유럽 등에서 원자로 우라늄농축시설 등을 수입,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추진해왔다.

당시 총리 줄 피가르 알리 부토는 “풀을 먹더라도 핵폭탄을 만들겠다”고 공언할 만큼 핵보유는 파키스탄인들의 염원이기도 했다.

인도의 핵실험 이후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총리는 대응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경우 정치생명이 위험할 정도였으며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결코 국가의 독립성과 안보 및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국제 핵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12개 가량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핵실험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인 발루치스탄주일 것으로 예고해왔다.

이번 핵실험 강행으로 파키스탄은 국제사회로부터 가혹한 ‘채찍’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미국의 체면은 여지없이 구겨졌으며 따라서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는 즉각 중단될 전망이다.파키스탄은 대외부채가 5백억달러인 반면 외환보유고는 10억달러밖에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대외원조는 연간 55억달러로 정부예산 1백3억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대외원조가 끊길 경우 국가경제가 피폐해지고 군사부문 예산부터 삭감돼 방위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어떻든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 세계의 핵지도는 완전히 다시 그려지게 됐으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등 기존 핵무기 억제장치는 무력함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인류는 다시 핵공포 아래 떨게 됐고 핵 비확산을 위한 국제적 논란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게 됐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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