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익, 평화기념관 건립 반발…건립추진위측과 논쟁

  • 입력 1998년 5월 25일 20시 02분


일본 도쿄(東京)에서 평화기념관 건립을 둘러싸고 건립추진위원회측과 우익성향 인사들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기념관에 보관할 전시물에 대해 우익성향의 도의원들과 이른바 ‘자유주의 사관론자’들이 “일본의 가해 측면만을 강조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의회내 4개파 의원들과 도쿄대 후지오카 노부가쓰(藤岡信勝)교수 등은 “추진위측이 전시 자료내용에 대해 도의회와 합의해야 건립 예산을 통과시켜 주겠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은 중국 난징(南京)대학살, 731부대의 생체실험 등 참혹한 내용은 전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주의 사관’은 “일본이 전쟁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른바 ‘자학(自虐)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가리키는 용어. 우익들은 “자학사관 때문에 미국에 의한 ‘도쿄 대공습’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자유주의 사관을 옹호하고 있다.

2001년 개관을 목표로 도쿄가 추진중인 평화기념관은 도쿄 대공습 희생자 10만5천명 등이 묻혀있는 스미타(墨田)구 요코아미(橫網)공원에 건립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왜 하필 여기에 기념관을 만들려 하느냐”며 반발하는 유가족이 적지 않다. 우익 세력들은 이에 편승,“이곳엔 대공습의 희생자들을 추도하기 위한 기념관이 먼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립추진위측은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자료를 전시해 전쟁체험을 계승함으로써 그 잔혹함을 후대에 일깨워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진위측 인사들은 특히 “우익 세력의 잘못된 역사관 때문에 일본이 잔혹한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져야 할 나라가 아니라 미영(美英) 제국주의에 항거해 ‘자위 전쟁’을 벌이다 패배한 피해자로 생각하는 신세대가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 일본의 신세대 중에는 과거 일본이 어떤 일을 저질렀으며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도쿄에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최고책임자로 도쿄 국제군사재판에 의해 A급 전범으로 분류돼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영웅적으로 미화한 영화 ‘프라이드,운명의 순간’이 상영되고 있다.

〈도쿄〓윤상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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