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辭意표명,위기 모면 노림수』분석 유력

입력 1998-05-14 19:27수정 2009-09-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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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77)이 국민의 하야 요구에 굴복, 과연 32년 철권통치를 끝내고 물러날 것인가. 카이로 개발도상국 회의에 참석중인 수하르토대통령이 14일 사임의사를 밝혀 그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발언 진위여부〓자카르타 시내가 무정부상태에 빠질 만큼 상황이 악화되면서 국민의 사임요구가 거세지자 수하르토가 수습방안으로 하야를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9일 출국당시 강경진압을 명령했던 수하르토가 불과 4일만에 정말로 하야를 결심했으리라고 확신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그는 ‘국민이 더이상 신임하지 않을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웠으며 ‘정당한 법질서에 의해서’라는 조건까지 달았다. 이같은 조건에 따라 간접의회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현행법에 의해 재신임을 물을 경우 수하르토는 또다시 신임을 받아 권좌를 유지할 것이 거의 100% 확실하다.

수하르토의 발언 이후 군부와 내각에서 전혀 동요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그의 발언의 진지성을 떨어뜨린다.

반체제 이슬람교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도 “나는 수하르토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적 분식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며 대학생들도 계획대로 시위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귀국하면 상황이 좀더 명료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수하르토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로서 사임발언을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후계문제〓수하르토는 사임의사를 표명하면서 “나는 자식들을 좋은 사람이 되도록 지도하는데 여생을 보낼 생각이며 뒤에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로 향후 그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분석가들은 이같은 말 속에 후계 구도의 열쇠가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

수하르토는 ‘2인자의 싹’을 철저히 잘라왔기 때문에 현재 뚜렷이 떠오르는 인물은 없다. 이 때문에 수하르토가 통치권을 내놓을 경우 ‘왕조적 대물림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녀인 시티 하르디얀티(49)가 줄곧 강력한 후계자로 거론돼왔고 3월 부통령지명때도 후보 1순위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하르디얀티는 집권 골카르당의 부총재이며 수하르토의 자녀 중 가장 정치적 야망이 큰 인물이다. 수하르토는 오래전부터 딸에게 후계수업을 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르디얀티는 정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최대그룹인 시트라 람트로궁의 총수로 재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군부와의 관계도 원만하다는 평이다.

군부에서는 강경보수파인 페이잘 탄중 전 통합군사령관(59)과 온건개혁파인 위란토 현 통합군사령관(50)이 후계자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수하르토의 사위인 프라보 수비안토 특전사령관(46)과 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 부통령도 거론되지만 유력한 후보는 아니다.야당에서는 수카르노 초대대통령의 딸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1)가 민주투사의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지만 집권에까지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유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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