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 개막]「예술영화 잔치」로 자존심 회복

입력 1998-05-12 19:24수정 2009-09-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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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의 영화잔치인 제51회 칸 국제영화제가 13일(한국시간 14일) 프랑스 남부의 해변도시 칸에서 ‘시네마 천국’의 문을 연다.

24일까지 열릴 올해 칸 영화제의 출품작은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전세계에서 올라온 1천74편의 영화가 공식 비공식 부문에 선정되는 영광을 향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50주년인 지난해의 신청작은 8백61편에 불과했다. 올해 선정된 영화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오죽하면 영화제 집행위원장 질 제이콥이 “올 진출작들이 칸 50주년이었던 지난해에 상영됐으면 좋았을 것을…”하며 아쉬워했을 정도.

관심의 초점인 장편경쟁부문에 선정된 22편의 영화들은 “칸이 오랜만에 명성에 걸맞은 영화들을 골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흥행 대작이나 상업성이 두드러지는 영화보다 작가주의적 성향, 예술성이 강한 비주류, 독립 영화들이 대다수다.

‘우리 세대 마지막 사회주의 감독’으로 불리는 영국의 켄 로치,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리스의 테오 앙겔로풀로스, 이탈리아의 나니 모레티 감독 등이 경쟁부문 리스트를 빛낸다.

순수 미국영화 2편도 테리 길리엄, 할 하틀리 등 할리우드의 주류 문법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는 감독의 작품들. 특히 지난해 토론토 영화제에서 상영됐던 할 하틀리의 블랙 코미디 ‘바보 헨리’는 자국 밖에서 상영된 적이 없는 ‘처녀 영화’들만 골라온 칸의 전통을 깨뜨리며 경쟁부문에 올랐다.

베니스 영화제가 발굴해낸 대만의 후샤오시엔, 차이밍량 감독은 이번에 칸에서도 주목을 받는 영광을 안게 됐다. 영화 평론가 전찬일씨는 “세계영화계에서 ‘변방의 나라’인 대만 영화 2편이 동시에 경쟁부문에 선정된 것은 파격적인 일”이라며 “두 사람의 작품 가운데 하나는 유력한 수상후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미 영화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경쟁부문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콜롬비아의 영화들이 진출했으며 아르헨티나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의 영화 ‘탱고’는 비경쟁 부문인 ‘특별상영’리스트에 올랐다.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에 이번 영화제의 최연소 감독인 이란의 사미라 마흐말바프(18·여)의 데뷔작 ‘사과’가 포함된 것도 이채롭다. 그는 ‘가베’를 만든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딸.

영화 평론가들은 “90년대 들어 할리우드에 추파를 던지며 상업화의 길을 걸어왔던 칸 영화제가 올해에는 예술영화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개막과 폐막작에 할리우드 영화인 ‘프라이머리 컬러스’와 ‘고질라’가 선정됐지만 이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배려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

영화제 출품작은 아니지만 미국의 유니버설사가 특별상영할 ‘영화 천재’ 오슨 웰스의 58년 작품인 ‘악의 손길’감독판도 칸에 몰려든 영화 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관심의 대상이다.

이번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맡았으며 중국의 첸 카이거,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톰 감독과 위노나 라이더, 시고니 위버 등의 배우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미국의 존 트래볼타, 브루스 윌리스, 조니 뎁, 카메론 디아즈, 영국의 이완 맥그리거, 엠마 톰슨, 프랑스의 제라르 드 파르디유, 소피 마르소, 잔 모로 등 쟁쟁한 스타들도 칸의 대제전에 합류할 예정이다.

〈칸〓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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