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가 배삯 올린다…파나마운하 수심 낮아져

  • 입력 1998년 4월 2일 20시 02분


엘니뇨는 배삯을 올린다.

자연현상과 경제현상은 때때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어울리기도 한다. 한때 유행한 ‘양쯔강의 나비가 날갯짓하면 월가(街)의 주가가 춤춘다’는 속설도 이같은 류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에 있던 온도가 높은 바닷물이 페루 해안쪽으로 내려가는 현상. 엘니뇨가 생기면 중미 지역에 가뭄이 들어 파나마운하의 수심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흘수(吃水·선박이 물밑에 잠기는 깊이)에 대한 제한이 강화된다.

흘수 기준이 강화되면 큰 배로 운송되던 화물이 작은 배에 나뉘어 실리게 돼 운임이 올라간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정기선 선사들은 5월1일부터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화물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당 75달러의 할증료를 받기로 했다. 운임이 TEU당 1천2백75∼1천7백75달러로 높아지게 됐다.

최근 가뭄으로 파나마운하의 수심이 낮아지자 운하위원회가 선박의 흘수를 39피트에서 38.5피트로 제한한데 따른 것이다.

이번 운임 인상은 미국∼아시아 구간을 운항하는 선사들의 모임인 미국―아시아운임동맹(TSA)이 주도했다. 가입 선사의 시장점유율이 90%에 이르는 TSA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가입돼 있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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