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미스 유니버스 「처녀대통령」 탄생할까?

  • 입력 1998년 3월 4일 20시 49분


‘미스 유니버스출신 대통령.’ 요즘 남미의 베네수엘라 국민은 세계 최고의 미녀대통령을 갖게 될 것이라는 행복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국민들을 들뜨게 하고 있는 주인공은 81년 미스 유니버스인 이레네 사에스(36). 현재 차카오시장인 그녀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언론들도 몰려들어 열렬한 ‘구애’를 하고 있다. 미모만으로도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녀가 대통령이 된다면 보통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레네는 44%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이레네당’을 창당, 베네수엘라를 ‘이레네란디아(이레네의 땅)’로 재창조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언론들은 ‘에바 페론의 미모와 마거릿 대처의 정력을 겸비한 새별’이라며 찬사를 바치기에 바쁘다.

정치가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나라에서 이레네가 가장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눈부신 미모. 거기다가 이레네는 아직 독신이다. 주변에는 베네수엘라대통령의 아들 안드레스 칼데라, 미국의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 명사들이 언제나 등장한다. 바비인형을 생산하는 베네수엘라의 회사는 이레네라는 이름의 인형까지 내놓았다.

게다가 베네수엘라는 최근 20년간 4명의 미스 유니버스를 포함, 10명의 세계미인대회 당선자를 배출한 미인의 나라. 이 때문에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미인들은 브라질의 축구스타처럼 엄청난 인기속에 영향력을 갖는다. 이레네는 이미 상당한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능력. 이레네는 “미인은 대개 머리가 텅 비었다”는 시샘섞인 고정관념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미스 유니버스가 된 뒤 대다수의 미인대회 입상자들처럼 패션모델 같은 화려하고 손쉬운 성공의 길을 택하는 대신 학교로 돌아가 행정학과 정치학공부를 마쳤다.

이네레의 정치적 발판은 수도 카라카스에 포함된 5개시 가운데 하나인 차카오. 92년 시장으로 선출된 이레네는 인구 20만명의 차카오를 5년여만에 완전히 뜯어고쳤다.

“시민들은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늘 감시하고 있으며 시장은 시민의 치료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행정철학. 이레네가 시정을 맡은 뒤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범죄율은 60%나 낮아졌다. 시가지는 깨끗해지고 경찰은 시민의 보호자로 다시 태어났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레네 방식’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정치인으로 존경받기는 어렵습니다. 방법은 하나, 뭔가 성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나는 새로운 행정을 펴보였고 시민들의 생활을 바꿔놓았습니다.”

일벌레인 이레네는 오전 5시반에 일과를 시작, 자정이 돼야 공무를 끝낸다. 그녀는 대통령이 되면 베네수엘라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경제개방과 근대화, 의료 및 교육제도의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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