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유명 관광지로 특히 한국인의 발길이 잦았던 규슈(九州) 벳푸(別府)시에서 5년전부터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점을 운영해온 온 구모씨는 이달말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한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난해 진열장을 새로 꾸미고 물건을 많이 준비했지만 한국이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어 이미 수천만엔의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하루 10여대의 관광버스가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하루에 9백만엔의 매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던 ‘좋은 시절’이 못내 그립지만 구씨는 동남아에서 새 사업을 해볼 생각이다.지난해 닥쳐온 아시아 경제위기는 일본 관광업계에 긴 불황의 그림자를 던졌다.96년 한해에 벳푸시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6만3천여명이었으나 지난해 말부터는 벳푸시에서 한국말을 듣기 힘들 정도다.규슈의 관문인 후쿠오카(福岡)시도 마찬가지. 이곳 공항에는 지난해 12월초부터 한국인 여행자의 발길이 거의 끊겨 공항내 면세점 등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부산과 하카타(博多)를 오가는 야간 페리인 ‘카메리아라인’을 예약했다 취소한 승객이 지난해 12월에만 6천5백명이었다. 지난달에는 해약자수가 1만명으로 늘어 90년 취항 이후 가장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행업체들은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그렇다고 ‘싸구려 관광상품’을 내놓을 수도 없다”며 “출구가 안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도쿄〓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