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의 최근 문답식 해설기사는 세계가 한국 경제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요약했다.
―왜 한국은 그런 곤경에 빠졌는가.
『무턱대고 생산능력만 늘리느라 많은 구조적 취약성을 간과해 왔기 때문이다』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한국의 힘센 관리들은 삼성과 현대 같은 재벌이 조선 자동차 전자 철강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막대한 자금을 대출하라고 은행들에 명령했다. 그러나 올해 세계시장에서 공급과잉이 빚어지면서 많은 재벌이 부도절차에 들어갔고 이것이 금융체제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낳음으로써 투자가들이 한국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이같은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외국이 한국을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같은 시각을 바탕으로 워싱턴포스트는 한동안 「한국경제의 잘못은 전적으로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이 망하든 말든 국제사회가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논조의 기사들을 게재했다.
지난달 30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군부독재와 같은) 보다 독재적인 방식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생길지 모른다』는 내용의 기고문이 실렸다. 이 기고문은 휴스턴 크로니클 등 이 신문과 협약관계에 있는 미국의 여러 신문에 동시에 게재됐다.
『그렇게 볼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2천년동안 내려온 엄격한 위계질서의 왕조적 전통에 불안하게 접목돼 있는 꽃에 불과하다(…). 이것은 기아선상의 경제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세습정권을 떠받들고 있는 북한만 봐도 알 수 있다』
15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인이 사재기를 하고 현금을 확보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에 앞서 13일에는 한국 방송3사가 방송시간을 2시간 단축하면서 미국 TV쇼 대신 한국 영화를 많이 방송키로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 일고 있는 국수주의 또는 외국혐오증의 상징적 메시지라고 규정했다. 달러지출을 줄이기 위해 외화수입을 자제키로 한 것을 극단적 국수주의 행태로 본 것이다.
외국언론이 때로는 시각의 차이에 따라, 때로는 의도적 곡해를 통해 부정적 보도를 계속하면서 한국의 대외이미지는 경제처럼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