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정상회담 개막]금융한파에 분위기 『썰렁』

  • 입력 1997년 12월 14일 20시 30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창설 30주년을 기념하는 비공식 정상회담이 사흘 일정으로 14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개막됐다. 이번 회담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ASEAN 9개 회원국과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국가정상들이 참석한다. 그러나 건강이상설이 나도는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한국에서는 고건(高建)총리가 참석했다. 이들은 15일 12개국 합동회의를 열고 16일에는 ASEAN 지도자들과 한중일 3개국간 개별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는 핵 마약 환경오염 범죄 등 공통의 문제들에 ASEAN이 함께 대처하고 아시아지역의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의 「비전 2020」을 채택할 예정이다.이와 함께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국가들의 협조를 촉구하는 내용의 특별 공동성명 발표도 예정돼 있다. ASEAN은 이 성명에서 회원국의 경제를 감독할 장치를 신속히 설치토록 촉구하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한 지원체제의 강화 △효과적인 통화위기 대응방안 강구 △신속한 위기대응을 위한 IMF의 의사결정 체제 개혁 요구 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른살 생일상을 받는 ASEAN 내부에서 『잔치는 끝났다』는 말이 터져나오고 있다. 올 7월 이후 본격화돼 아시아 각국을 휩쓴 금융위기의 태풍으로 크게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 힘겹게 경제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은행대출 동결, 정부지출 축소 등 긴급 경제조치를 취했다. 회원국 상호간 소득차가 너무 큰 「역내 남북문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불교권과 이슬람권이 섞여있는 체제 및 종교갈등도 ASEAN이 풀어야 할 숙제다. 〈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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