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반체제작가로 무혈혁명을 통해 체코에 민주화를 심은 하벨 대통령. 그의 리더십의 특징은 도덕과 진실이다. 20여년간 공산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울 때나 대통령이 된 후나 그는 이같은 신념을 실천하며 윤리적 가치가 정치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숨막히는 공산 치하에서 「77헌장」 서명운동을 주도한 대가는 4년6개월 동안 감옥생활이었다. 그는 끝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혁명 직후 소용돌이치던 사회도 하벨이란 인물이 나서면서 안정으로 돌아섰다.
그는 매우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다. 대통령에 선출된 이후 대통령궁을 항상 개방, 집무실 앞까지 누구나 갈 수 있게 했다. 퇴근 후엔 단골술집에 들러 맥주를 마시며 국민과 담소를 즐겼다. 국민과 같이 생활해야 한다며 한동안은 승용차의 운전석 옆에 타고 다녔다.
작년에 타계한 부인이자 동지였던 올가 하블로바는 남편이 민주화운동을 하는 동안 시내에서 조그만 양품점을 운영하며 살림에 보태기도 했다. 하벨은 부인이 죽은 뒤 그녀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36년 프라하에서 출생한 그는 부르주아 집안 출신이라는 이유로 의무교육 후 상급학교 진학을 못했다. 화학연구소에서 일하며 야학으로 중등과정을 마쳤으며 한때 택시운전사로 일했다. 「프라하의 봄」 이후 그의 작품은 체코는 물론 동구권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행정경험 부족이 그의 단점이지만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균형잡힌 가치관을 바탕으로 체코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국민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그 덕분에 국가는 안정속에 공산체제의 잔재를 순조롭게 청산했다. 그리고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거듭나면서 동유럽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를 만들었다.
〈본〓김상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