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제공받는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것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이 한국과의 통상 현안들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들은 아시아 지역의 공장 오피스빌딩 사무실 등의 가격이 폭락하자 이들 시설과 금융기관을 헐값에 사들이는 한편 인력 흡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반도체 철강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비공식회합을 갖고 한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개선 약속을 구제금융 제공의 조건으로 삼으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에 압력을 넣다가 4일 IMF의 구제금융 지원 결정이 발표된 이후부터는 초점을 의회로 돌렸다.
미 업체 관계자들은 한국에 지원된 돈이 미 업체의 한국시장 진출과 수출을 늘리는데 사용되도록 해야지 경쟁자인 한국의 업체들을 되살리는데 쓰이도록 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강관제조업자협회의 셰그린 고문변호사는 『IMF의 금융지원 속에 미 산업계의 관심사항들이 반영돼 있지 않을 경우 우리는 의회로 하여금 구제금융 지원에 반대하도록 부추기겠다』고 말했으며 자동차제조업자협회(AAA)의 콜린스 국제이사도 어떤 요구사항들을 반영시킬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말했다.이에 앞서 미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는 『D램의 과잉생산으로 반도체 가격의 급락을 초래한 한국을 미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대한(對韓)금융지원에 반대하는 로비활동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회에서도 업계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상하 양원 합동 경제위 위원장인 짐 섹스턴의원(공화)은 『아시아에 대한 구제금융의 악순환이 미 납세자들의 돈지갑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이날 △프록터 앤드갬블사의 쌍용제지 인수 △시티뱅크의 태국 퍼스트 방콕 시티뱅크 지배주식 인수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사의 일본 야마이치 직원 6백명 채용 등을 예로 들며 지난 2주간 미국기업이 아시아에서 상당한 「수확」을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