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과 함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실명제 전면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실명제 보완 방안〓재정경제원이 지난 국회에 제출했다 무산된 실명제 대체입법보다 포괄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재경원 일각에서는 한시적인 무기명 장기채 발행과 지하자금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은 무기명 장기채 발행방안이 거론될 때마다 『금융실명제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이와 함께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할 경우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최고세율로 분리과세를 신청할 경우 국세청에 명단을 통보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 고위 관계자는 『실명제 보완대책 방향은 이미 마련됐으며 조만간 이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보완 논의〓실명제 보완론은 그동안 비자금조성 차단과 경제활성화등 두가지 측면에서 제기돼 왔다.
95년 11월 전직 대통령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돈세탁 방지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대두되자 재경원은 실명제에 손을 대지 않고도 돈세탁을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들어 신한국당이 당정회의에서 중소기업 창업출자자금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면제, 실명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실명제 대체입법 논의가 구체화됐다. 재경원은 7월 임시국회에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과 자금세탁방지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계류됐고 11월 정기국회에서 두 법안이 무산됐다.
대체입법은 중소기업 창업자금 등에 투자한 경우 한시적으로 출처조사를 면제하며 실명전환 과징금 최고율도 40%로 인하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도 종합과세 최고세율인 40%를 선택하면 분리과세를 허용,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었다. 이 경우 국세청 통보대상에서도 제외돼 자금출처조사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실명제의 운명〓실명제 대체입법 등 두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실명제는 계속 대통령 긴급명령 형태로 살아남게 됐다. 그러나 정부가 다시 보완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정치권도 금융실명제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실명제는 어떤 형태로든 전면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