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제금융 요청]『돈줄 IMF는 생각도 않는데…』

  • 입력 1997년 11월 17일 20시 34분


최근의 금융위기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요청을 검토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마치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IMF 자금을 끌어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IMF자금의 사용 선택권은 한국쪽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같은 해석은 맞지 않다. 즉 정부가 체면불구하고 자금을 요청한다 해도 자금사용은 쉽지 않다는 것이 국제금융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는 최근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IMF 구제금융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IMF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사정 때문에 한국정부 뜻대로 일이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의회가 지난주말 아시아권의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IMF가 자금을 준비하는데 협조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의회는 『IMF를 통해 5백억달러를 지원하지 않으면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프레드 보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장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회는 또 『한국 등 아시아국가의 경제난이 미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이 가장 큰 IMF 자금 공급국인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결정은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것이다. 물론 미 의회의 결정으로 IMF자금을 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원하는 규모만큼 원하는 시기에 비상자금을 쓰는 것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IMF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현지 여론의 보도태도도 우리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외국언론이 우리의 상황을 사실보다 과장해서 악의적으로 보도했을 뿐이며 한국의 경제여건은 아직 좋다」는 한국정부의 해명이 오히려 뉴욕언론들을 자극, 비판적인 기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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