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시대 식민종주국이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이 주도하는 비슷한 성격의 세가지 정상회담이 경쟁적으로 열렸다. 종주국과 식민국이었던 인연을 바탕으로 상호협력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이들의 회동 목적이었다. 지난 14,15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7차 프랑스어권 정상회의가 열렸다. 86년 영연방에 대항해 프랑스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결성된 이 모임의 회원국은 계속 급증해 올해는 49개국으로 늘어났다. 총인구는 6억명에 가깝고 국내총생산 합계가 2조5천억달러에 이른다.
인구의 1%만이 프랑스어를 쓰는 개최국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물론 아프리카국가들과 캐나다 퀘벡주, 중미의 아이티, 구소련국에 속했던 몰도바까지 여기에 포함됐다.
프랑스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식민국들과 세과시를 하고픈 프랑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회담이었다. 프랑스가 힘자랑을 하고 싶은 대상이 옛맞수 영연방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특히 미국문화에 치여 갈수록 위축되는 프랑스문화를 확산시키고 영어가 공용어가 되다시피한 인터넷에서 프랑스어를 지키기 위한 문화적 방어벽을 구축하려는 것이 프랑스의 진짜 속내다. 정상들이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정상회담의 사무총장을 맡겼던 것도 미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때문에 연임에 실패했던 점을 고려한 의도적 반발이었다.
8,9일에는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섬에서 제7차 이베로 아메리카 정상회담이 열렸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을 종주국으로 했던 스페인어권 중남미 21개국 정상들이 모인 이 회담에서는 민주주의의 도덕적 가치를 강조한 「마르가리타 성명」이 발표됐다.
영연방 54개국 정상들은 10월24일부터 4일간 영국 에든버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창설 20년만에 처음 영국 본토에서 열린 회담에서 정상들은 경제 공동번영을 약속한 「에든버러 선언」을 채택했다. 17억 인구의 회원국들을 묶는 구심점을 경제협력이라는 실리적 인연으로 찾아보겠다는 선언이었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