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의 장막」을 걷고 나와 지난달 26일부터 8일간 미국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71) 중국국가주석이 서방세계에 「온화하면서도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간적인 지도자」라는 인상을 남겼다.
하와이방문으로 시작, 2일 로스앤젤레스 방문으로 끝난 장주석의 역사적인 미국방문에서 드러난 그의 캐릭터에 대해 서방세계는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대체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당초 그가 호놀룰루 진주만 전몰장병위령비와 미국 독립운동 발상지 윌리엄스버그 등을 찾았을 때 미국의 여론은 「미국인의 부정적인 대중관(對中觀)을 불식시키기 위한 쇼맨십」 정도로 해석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고도의 계산」이 아니라 사적(私的)인 관심에서 우러나온 구석이 많았다.
그는 이번 행선지를 참모와 협의없이 자신이 직접 정했다. 장남 민캉이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필라델피아 드렉셀대 방문이 전형적인 경우다.
호놀룰루에서는 훌라춤을 추고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는가 하면 아이들을 껴안고 하와이 기타에 손을 대는 등 가는 곳마다 인간적인 체취를 남기려 애썼다.
지난달 29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계획에도 없이 10분 동안 영어연설을 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을 때 그의 얼굴은 외국어 웅변대회에 나온 어린애처럼 상기됐다.
이런 그에게서 89년 톈안문(天安門) 시위대를 탱크로 유혈진압해 「살인마」라는 낙인이 찍힌 철혈지도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국 영화와 소설가 마크 트웨인을 좋아하고 「러브 미 텐더」를 애창하는 자칭 「코스모폴리탄」인 장주석. 그가 중국을 얼마나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로 가꿔갈지 서방세계는 주시하고 있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