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는 늘어가는데 주가는 폭락하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 일본 경제가 이런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이같은 경제상황을 놓고 「한쪽 엔진이 고장난 쌍발비행기」에 비유한다.
일본의 수출은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향상에 힘입어 올들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8월까지의 무역수지 흑자누적액 5조5천5백90억엔은 작년동기보다 40.8% 늘어난 것. 특히 4월부터 8월까지는 5개월 연속으로 전년동기 흑자액을 상회, 미국과의 무역마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에 이처럼 「파란불」이 켜졌는데도 「경제성적표」로 불리는 주가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도쿄(東京)증권거래소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4일 한때 2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1만7천엔 이하로 떨어져 부실 금융기관 파산 등 「금융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주가는 올해 연중최고치에 비하면 18%나 급락했고 향후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증시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내수부진. 소비세가 4월부터 종전의 3%에서 5%로 오르면서 구매수요가 격감했다. 일본정부는 당초 소비세 인상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낙관했으나 민간소비심리 위축은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다. 내수가 워낙 취약하다보니 지난해 3.6%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올해 2.4분기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일본 정부는 「수출 호조―주가 폭락」이라는 불균형을 해소할 수단을 찾고있지만 내수부진을 타개할 묘안이 없어 고심중이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예산을 긴축하는 마당에 국공채 발행이나 법인세 감면 등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경기의 자율적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긴축정책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