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印尼 산불연기로 최악 대기오염

  • 입력 1997년 9월 20일 20시 26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수백건의 산불로 인한 극심한 연기로 공항이 폐쇄되고 주민이 대피하는 등 당사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인접국이 사상최악의 대기오염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산불은 수마트라 자바 보르네오 셀레베스 등 4개섬 산악밀림지대에서 발생했으며 서남풍을 타고 짙은 연기가 인근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수마트라섬의 렝가트에서는 주민 5만명이 대피를 시작했으며 19일 보르네오섬 북쪽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시라와크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또 쿠칭공항은 이틀째 폐쇄돼 운항이 중단된 상태며 공항부근 학교 상점 사무실 공장 등은 문을 닫았다. 시라와크주는 대기오염치가 유엔이 정한 위험치를 2배 이상 초과,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당부했다. 인도네시아의 8개 공항도 잠정폐쇄 또는 항공기의 지연운항이 속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수로 중 하나인 말래카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도 시계(視界)불량으로 속도를 줄여 항해하고 있으며 고기잡이도 중단된 상태다. 말레이시아는 수도 콸라룸푸르의 매연에 대기오염까지 겹쳐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2백여만명의 시민을 소개(疏開)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도 정상적인 옥외활동이 곤란할 정도다. 각국에서 호흡기 및 눈병환자도 급증해 콸라룸푸르의 경우 이달 들어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등의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6천5백여명에 달했다.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 일부 산악지대와 섬주민들이 화전개간을 위해 휴한지나 밀림지역에 불을 지른데서 비롯됐다. 화전을 위한 방화는 매년 있어왔으나 올해는 최근 엘니뇨 현상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불이 인근 밀림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초대형 산불로 이어져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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