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부는 개혁바람/교육]고베살인 충격「心性교육」강조

  • 입력 1997년 9월 6일 08시 14분


『이 사건을 계기로 정말로 「심성(心性) 교육」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엽기적인 고베(神戶)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범인이 중학교 3학년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난 6월말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총리는 비통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하시모토 총리의 이 발언은 당시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다시 생각하는 논의가 활발해졌다. 「하시모토 6대 개혁」 중 사회분야에 포함되는 것은 교육개혁과 사회보장구조개혁의 두가지. 교육개혁은 당초 하시모토총리가 작년 11월 기치를 내건 국가개혁에 포함되지 않았다. 행정 금융 재정 경제구조 사회보장구조 등 5대 분야뿐이었다. 그러다 하시모토총리가 올해 시정연설에서 교육개혁을 추가함에 따라 교육도 「개혁열차」에 동승했다. 특히 고베사건은 교육제도개선의 공감대를 훨씬 키워 놓았다. 교육개혁의 방향은 문부성 자문기관인 중앙교육심의회가 6월에 내놓은 제2차 보고서에 집약돼 있다. 「21세기를 향한 교육의 존재방식」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의 핵심은 「개성존중」. 지금까지 일본의 교육이 중시해온 형식적 평등 대신에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따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를 위해 국제화 정보화 고령화 등의 사회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개성적 창조적인 인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윤리관이 뚜렷한 인간을 키우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학 및 고교 입시방식의 개선도 제안됐다. 대학입시에서는 학력시험 편중에서 벗어나 조사서나 논문 면접의 비중을 높이고 사회봉사활동을 일정부분 평가할 것을 제의했다. 가을철 입학 확대와 추천입학도 제시했다. 고교입시에서는 입학정원의 탄력적 운용과 학력시험 실시과목의 다양화, 동일 고교에서의 복수 선발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추진중인 교육개혁의 방향에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으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학제 대신 중고교를 하나로 묶는 일관교육제도를 선택적으로 도입한다거나 형식적 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대학 조기 입학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대학 조기입학은 우선 수학과 물리 분야에서 고교 2년이상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대신 학습능력이 부진한 학생들은 별도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보장구조 개혁에는 의료보험제도와 연금제도 개혁 등이 포함된다. 이들 개혁의 핵심은 국가부담을 가급적 줄이고 본인부담을 늘리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종래의 「저(저)부담 저복지」구도를 부분수정하고 재정적자 삭감에도 기여하자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개혁 역시 다른 분야의 개혁과 마찬가지로 난관이 만만찮다. 한국 못지 않게 학벌이 중시되는 일본에서 이같은 제도개혁으로 국민의 뿌리깊은 의식까지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사회보장구조 개혁 역시 복지정책의 후퇴, 특히 고령자 등 「약자」의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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