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7년 8월 28일 20시 1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러시아가 체첸에 제공한 지원금 가운데 1억4천만달러가 사라져 체첸이 관련 러시아 고위인사를 「심문」하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내전을 벌인 체첸의 전쟁 복구 및 산업시설 개선을 위해 지난 95년부터 8천2백30억루블을 지원했는데 이중 현찰로 지급한 7천억루블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
이같은 사실은 이달 중순 보리스 옐친대통령을 방문한 마스하도프 체첸대통령이 『왜 약속한 돈을 주지 않느냐』며 따지고 들자 옐친이 그동안의 지원 내용을 제시, 두 대통령이 대조작업을 한 끝에 밝혀졌다.
화가 난 마스하도프는 귀국 즉시 진상 조사단을 모스크바에 파견, 러시아 재무부와 국방위원회 등을 방문해 경과를 알아보게 했다. 체첸 재무부소속 공무원 5명은 26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사라진 자금 찾기에 나서 이미 베레좁스키 국가안보회의 부서기와 말라센코 NTV사장 등을 만나 「심문」을 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기관이 이같은 조사에 흔쾌히 응할 리가 없다. 조사단이 마스하도프가 서명한 서류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 등을 대며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재원마련과 자금운송을 총괄, 의혹의 중심인물로 부각된 베레좁스키는 한사코 명쾌한 설명을 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체첸 지원금의 일부가 최근 인질에서 풀려난 NTV기자들의 몸값으로 지출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사태가 더욱 복잡해졌다.
코메르산트데일리 등 러시아 언론들은 『체첸 대표단은 아무 소득없이 돌아갈 것』이라며 『사라진 돈은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불려주기 위해 어느 은행 계좌에서 편히 잠자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