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협상 취소배경]北,美에 경고 「다목적 强手」

  • 입력 1997년 8월 28일 07시 57분


북한이 이집트주재 장승길 대사의 미국망명과 관련, 27일부터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과의 제3차 미사일협상을 돌연 취소한 것은 벼랑끝에 몰린 상황에서 택한 「한시적 강공」으로 보인다. 장대사 망명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뉴욕 미사일회담은 계속할 뜻을 비쳐왔던 북한이 이처럼 태도를 돌변, 예정된 협상을 취소한 것은 평양측의 긴급훈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北―美(북―미) 미사일회담을 취소한 것은 장대사 망명과 관련, 미국측에 다목적 경고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측과의 접촉과정에서 일단 장대사 일행의 본국송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이 이같은 요구를 들어줄리 없다는 점을 너무나 잘아는 북한이 미사일회담 취소라는 강수를 택한 것은 장대사 일행중 단 한명이라도 「한국행만은 막아보자」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망명사건 이후 가진 북―미 실무접촉 과정에서 북한이 『장대사 일행의 최종 행선지가 한국이 되지 않도록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데서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관련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장대사 일행의 망명을 계기로 향후 미사일회담의 입지가 약화되지 않도록 선수를 친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장대사로부터 얻어낸 대중동 미사일 수출정보를 들이대면서 북한측을 압박할 가능성에 미리 쐐기를 박자는 전술로 볼 수 있다는 것. 북한은 미사일협상의 경우만큼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보고 앞으로 대미(對美)협상을 통해 상당한 반대급부를 얻어낼 계획이었다. 미국이 자신들을 국제적인 비확산체제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협상은 제네바 핵동결협정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양보를 얻어낼 카드라는 인식아래 협상에 임해왔다. 그러나 장대사의 망명으로 미사일기술과 성능이 드러날 경우 그 입지가 오히려 역전되기 때문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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