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때아닌「족보」열풍…뉴욕선 관련업체70곳 성업

  • 입력 1997년 8월 26일 08시 33분


미국에 때아닌 족보 만들기 붐이 일고 있다. 70년대 후반 「루트」라는 연속극으로 열풍이 불었던 뿌리찾기가 다시 일고 있다. 최근 뉴욕 월스트리트의 기업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조상의 계보를 정리하는 족보 만들기가 유행하면서 이와 관련된 사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번창하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족보제작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패밀리 트리 메이커」라는 이름의 이 CD롬은 연방정부의 각종 센서스 기록을 토대로 1억1천5백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의 개인신상과 족보를 만드는데 필요한 서식작성 등의 정보를 가득 담고 있다. 69달러만 내면 일반 소프트웨어 판매점에서 쉽게 살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여러개의 웹사이트가 족보작성을 지원하고 있는데 미국인들을 성씨별로 분석하고 출생과 사망 등 개인신상을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1백년 안팎, 3세대 정도에 해당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 이전의 조상을 찾으려면 전문회사에 부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족보제작회사 또한 성업중이다. 뉴욕에만 약 70여개의 족보회사가 있다. 이들은 사립탐정까지 고용해 개인의 뿌리를 찾아주고 가계를 정리해 주는데 제대로 된 족보 하나를 만들려면 30만달러(약 2억7천만원)정도는 줘야 한다. 족보회사 직원들은 의뢰자가 백인인 경우 유럽까지 건너가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주장한다. 흑인 의뢰자에 대해서는 더 비싼 값을 요구한다. 이는 노예신분이던 이들의 조상이 백인의 성을 따른 경우가 많아 우선 백인 가계부터 정리를 해야 하는데다 그 이전 아프리카 시절에 대해서는 뿌리찾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이 갑자기 족보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에 대한 명백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은 미국인들이 경제적 호황으로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데다 21세기를 맞기에 앞서 심리적으로 과거를 정리해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긴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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