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호 소생 목숨건 2시간]지구인 숨죽인 우주대수술

  • 입력 1997년 8월 23일 08시 08분


잦은 고장으로 만신창이가 돼 애물덩어리로 전락했던 우주정거장 미르가 22일 2시간여에 걸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소생했다. 미르호에서 다시 각종 생명공학 관련 실험 등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르호 수리를 위해 최근 우주에 긴급 파견된 러시아 우주인 파벨 비노그라도프와 아나톨리 솔로요프는 당초 이날 오후6시(한국시간)부터 사고가 난 부위인 스펙트르에 들어가 작업을 할 예정이었으나 두건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 수리작업이 지연됐으며 지상 관제소 관계자들이 긴장. 우주선 본체와 스펙트르 사이에 놓인 통로의 해치(일종의 밀폐장치)에서 산소가 누출돼 응급조치를 취한후 또다시 비노그라도프의 우주복 장갑에서도 산소가 누출된 것. ○…이날 역사적인 우주선 수리장면이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의 활동에 못지 않은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한 미국 케이블 방송 CNN은 생중계 준비를 마치고 방송을 시작했으나 돌발사고로 작업이 지연되자 미르호내의 사고 및 응급조치 과정을 상세히 보도. 이날 수리를 맡은 우주인들은 8시간분의 산소가 공급된 우주복을 입고 4시간여가 소요되는 수리작업에 돌입했으나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1시간분 이상의 산소를 소모해 한때 작업을 계속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고조. 그러나 막상 산소누출부위에 대한 응급조치를 마치고 2시간여가 지연된후 비노그라도프가 무사히 스펙트르에 진입, 작업이 시작되자 예상보다 빠르게 전력공급선 연결작업이 진행. ○…가장 긴장된 순간은 비노그라도프가 스펙트르에 진입하기 전후의 30여분간. 이 시간에는 미르호와 교신이 끊겨 지상 관제소는 미르호로부터의 소식만을 손에 땀을 쥐며 기다려야 했던 것. 드디어 통신두절 30여분만에 비노그라도프는 지상관제소와 통신을 통해 『내부의 팬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도 우주선이 살아나는 소리가 들린다』고 전해 지상 관제소는 일시에 흥분의 도가니. 스펙트르 내부에는 충돌사고로 부서져 내부에 떠다니고 있는 실험장비의 날카로운 조각에 우주복이 찢길 경우 우주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어 긴장이 계속됐으나 비노그라도프가 『뭔가 하얀 물체가 떠다니고 있다. 아마 샴푸 거품같다』고 농담까지 해가며 여유를 보여 이날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을 예고. ○…한편 이날 역사적인 「우주 수술」에 대해 CNN BBC 등이 생중계를 하는 등 서방 언론들이 열광적으로 보도한 반면 러시아의 언론과 일반인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여 대조. 러시아의 한 일간지 관계자는 『일상적인 일에 불과하다』며 『왜 미국인들의 관심이 그렇게 높은지 모르겠다』고 한마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극한적인 상황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는 우주인들을 격려하고 일반인들이 미르호의 운명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우주 항공산업에 대한 예산을 늘리겠다고 다짐. 〈구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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