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관학교 존폐기로…『돈 들인만큼 효과나지 않는다』

  • 입력 1997년 8월 14일 20시 25분


과거에는 미국에서도 사관학교는 군의 정예를 배출하는 수준높은 교육기관으로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생도출신의 장교들이 군대의 꽃으로 불렸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같은 자부심의 상징은 사관학교 졸업반지였다. 핵(核)항공모함 존 스테니스에 승선하고 있는 척 린치 소령은 더이상 이 졸업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다. 이제 이 반지가 생도출신이라는 것외에 아무런 의미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2일 웨스트포인트(육사)나 애너폴리스(해사) 등의 사관학교가 막대한 세금을 사용해 배출하는 장교들이 ROTC나 사관후보생(OCS)출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어 존폐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91년 미의회 회계국(GAO)의 조사에 따르면 한명의 해사출신 장교를 배출하는데 19만7천달러가 소요돼 ROTC출신에 비해 3배, 사관후보생보다는 7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사보다 넓은 캠퍼스에 많은 교육보조인원을 쓰는 육사와 공사는 1인당 29만9천달러. 생도출신 장교들이 임관당시에는 군사적 기술적 지식에서 다른 출신들을 압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대에 배치된지 몇년후에는 그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는 게 논쟁의 초점이다. 로욜라 대학의 정치학교수 존 앨런 윌리엄스는 오히려 고교졸업후 바로 사회와 격리된 교육을 받은 생도출신이 사회경험이 적어 사병들을 지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3성 장군이상의 육군고위직의 비율에서 그대로 나타나 30년전에는 95%를 점하던 육사출신의 비율은 3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이번에 지명된 휴즈 셀턴 육군대장을 포함, 최근 3명의 합참의장이 모두 비 생도출신에서 나왔다. 공화당의 대통령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전 합참의장 콜린 파월도 ROTC출신이다. 국방차관보를 지낸 로렌스 코브 브루킹스 선임연구원은 『내 경험에 비춰 출신간의 실력격차가 없었다』면서 사관학교를 없애고 ROTC로 대체하되 1년간 동등한 교육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전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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