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NTSB 입장번복]美언론플레이 일단주춤

  • 입력 1997년 8월 10일 20시 18분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대한항공기 사고 현지조사 책임자인 조지 블랙은 1차회견에서 조종사나 관제사의 잘못, 즉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가 왜 2차회견에서 『아직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고 말을 바꾸었을까. 이에 대해 조지 블랙 자신은 『1차회견에서 언론이 잘못 해석, 인재라고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지 블랙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사고원인과 관련한 미국언론과 대한항공측의 공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차회견에서 미국 기자들이 『왜 말을 바꾸느냐』고 항의한데서 알 수 있듯이 언론이 그의 말을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내 항공전문가들은 李桓均(이환균)건설교통부장관이 NTSB측에 『사고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왜 언론에 흘리느냐』고 강력 항의한 뒤 발언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측의 언론플레이가 한국측의 반발로 주춤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6일 추락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사고원인이 조종사의 과실에 있다는 쪽으로 일방 보도하던 미국 언론의 태도가 9일부터 신중해지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 사실 미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만약 기체결함이나 관제잘못으로 밝혀질 경우 큰 피해를 본다. 우선 기체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세계최대 민간항공기 생산업체인 미국의 보잉사가 배상금을 물어야 하고 앞으로 항공기 판매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때문에 보잉사도 이번 사고조사에 초기부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NTSB의 중립성을 높이 사는 일부 전문가들은 또 다른 해석도 하고 있다. 한국측의 항의이후 대외적인 발언을 신중히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예비조사를 통해 인재로 내부결론을 내려놓은 상태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이같은 내부의견이 언론에 유출됐다가 한국측이 미국측에 「명확한 사고원인이 나오기 전까지 사고원인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단서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양측각서를 위반했다고 들고나오자 겉으로만 한발 물러선 것에 불과하다는 것. 이같은 풀이가 맞는다면 사고원인을 둘러싼 한미양측의 공방과 갈등은 잠시 잠복한 것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항공기 사고가 1차원인이 조종사의 잘못으로 나오더라도 판단을 잘못하게 된데는 기체결함이나 관제탑측의 잘못이 개입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명확한 결론이 나오기전까지는 미국측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도록 정부 등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기·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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