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MS제휴 전후]SW시장『빅뱅』…MS天下 예고

  • 입력 1997년 8월 8일 08시 56분


6일 발표된 컴퓨터업계 최대 라이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격제휴는 최근 수년간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이 겪은 절망의 깊이를 잘 표현하는 「사건」이다. 애플은 최근 수년간 시장점유율 하락과 늘어나는 손실, 경영공백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숙적인 MS에 사실상 구조신호를 보낸 셈이다. 애플의 매킨토시 운영시스템은 MS의 도스가 필요로 했던 복잡한 명령어와 대비돼 손쉬운 운영체계로 한때 컴퓨터시장에서 각광을 받았으나 윈도 95의 출현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번 제휴협정의 내용은 MS가 애플의 주식매입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최소 3년간 이 주식을 매각하지 않으며 주주회의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양사는 또 이번 제휴를 계기로 MS의 컴퓨터 운영체계 윈도가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해묵은 논쟁을 종결짓기로 했다. MS는 대신 애플의 매킨토시 포맷에 맞춘 소프트웨어를 제공키로 했으며 애플사는 자사 컴퓨터의 인터넷 검색시 MS의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이용키로 합의했다. 양사의 제휴는 무엇보다도 애플이 PC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의 기술지배를 저지하기 위한 최후의 희망이었다는 점에서 MS의 소프트웨어업계 평정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애플 최고경영자로 유력시되는 스티브 잡스 애플 고문도 이를 의식, 『애플이 이기려면 MS가 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라며 이번 제휴가 소프트웨어 업계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이번 MS와의 제휴발표와 함께 눈에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행보를 했다. 바로 MS에 이어 세계 두번째 규모의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업체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을 자사의 신임이사로 위촉한 것. 물론 애플이 MS에 이어 오라클에도 구원의 손을 내밀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보기에 따라 아주 큰 의미를 지닌다. 컴퓨터 업계의 「빅뱅」이 바야흐로 MS에 의해 주도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MS의 빌 게이츠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엘리슨 회장이 애플의 신임 이사자리를 수락한 만큼 어떻게든 애플을 매개로 그들 사이에 어느 정도 협력의 분위기, 즉 또 다른 제휴의 가능성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망 때문에 최근 보잉사 합병문제로 유럽연합(EU)과 무역분쟁 직전까지 갔던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양사의 제휴가 독점금지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알고 싶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번 제휴에 대한 투자가들의 심리를 반영,6일 오전 미국 나스닥주식시장에서 애플 주식은 주당 6달러가 오른 25.75달러에 거래됐으며 MS주식은 1백48.12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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