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발로 기차소리를 낼 수 있는 분 손 들어보세요.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소리, 다듬잇방망이질 소리를 낼 수 있는 분 손 들어보세요.
물론 이렇게 묻지 않는다.아예 말은 없다.몸으로,소리로,강한 리듬과 비트로 표현할 뿐이다.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그냥 느끼면 된다고.「말없음」으로 표현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그래도 얼마든지 신나게 살 수 있다고.
논 버벌(Non―Verbal) 퍼포먼스 그룹 「탭 도그스(Tap Dogs)」. 지난 4월부터 영국 12개 도시를 폭발적인 「탭댄스 나라」로 만들고 있는 재주꾼들이다.
영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캔터베리 이야기」의 산실, 런던에서 남동쪽으로 차로 2시간거리, 인구 3만6천여명의 이 소도시 캔터베리는 그들의 구둣발에 완전히 점령당했다.
21일부터 6일동안 열번의 공연마다 1천석 규모의 말로극장이 말그대로 터져나갔다.
어지간한 일에는 냉정을 잃지 않는 영국인들도 심장을 두드리는 탭 도그스의 리듬과 상상을 뛰어넘는 무대에 열광적 반응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무기는 발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껄렁한 차림의 남자 여섯명이 널빤지와 크레인으로 가득찬, 공사현장같은 무대위로 「출근」한다. 그리곤 30여개 스텝의 활화산같은 탭댄스로, 용접 불꽃사이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이게 다는 아니다. 관객이 『더 이상은 없겠지』하고 방심하는 순간 장화를 신고 나와 물장구치듯 격렬한 탭댄스로 객석의 허를 찌른다.
심지어 몸을 끈으로 고정한채 스파이더맨처럼 벽에다 대고 춤을 추는가 하면 거꾸로 매달린채 천장을 발로 굴러 환호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이내믹하게 변하는 무대다. 배우들은 끊임없이 탭댄스를 추면서 크레인으로 나무판을 들어올려 벽을 세우는가 하면 다리로, 공사용 비계로, 원통으로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오스트레일리아 철강도시 뉴캐슬의 제철공장에서 일했던 안무가 데인 페리의 경험이 전위적 실험적 공연으로 태어난 것이다.
서너살때부터 밥보다 탭댄스를 좋아한 젊은이들을 모아 95년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첫선을 보인 탭 도그스는 그해 영국의 에든버러축제에서, 96년 런던의 웨스트엔드와 올해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전세계 「비트족」을 사로잡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도 훌륭한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삼성영상사업단은 오스트레일리아 오리지널팀을 8월20∼3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초청할 예정이다. 02―508―8555
〈캔터베리(영국)〓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