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손」이 「수갑찬 손」이 될 것인가.
「성역없는 수사」로 이탈리아 전역에 사정의 바람을 몰고왔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전검사(47)가 최근 부패 혐의로 동료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혐의는 최근 마피아로부터 10만 마르크(약 5천만원) 이상의 주택과 고급승용차를 제공받았다는 것.
피에트로 전검사는 검사재직시인 지난 92년 「깨끗한 손」 운동을 주도, 정치인과 마피아들의 보복위협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권력남용 불법적인 정당모금활동 등에 대해 서릿발같은 사정의 칼날을 들이댔다. 2년여동안 그는 정치인 장관 시장 기업인 공무원 등 3천여명을 기소, 이중 1천여명에게 유죄판결을 받게 만들었다. 그는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의 얼굴을 새긴 티셔츠와 맥주잔이 등장했고 지식인들은 그를 미래의 총리감으로 점찍어 두었다.
피에트로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지난 94년 정치권의 압력을 받고 사임한 그는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는 말과는 달리 잠시 대학에 몸담았다가 지난해 6월 로마노 프로디 총리정권에서 공공장관에 부임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해 11월 검사 재직시 부패수사에서 제외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대가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국민들은 피에트로 전검사가 상원의원에 출마하려는 것을 두고 의원의 면책특권을 이용, 자신의 부패 혐의를 피해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며 유력인사에게 줄줄이 쇠고랑을 채웠던 피에트로는 이제쫓기는 처지가 됐다.
그를 수사하고 있는 살라모네검사에게 익명으로 전달된 테이프에는 피에트로가 10만마르크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의 사건에 연루된 증거가 들어있다는 것. 이탈리아 국민들은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는 피에트로의 부패스캔들에 허탈과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본=김상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