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은행협회는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온 전통을 깨고 뉴욕타임스 등 세계의 유력신문에 23일 광고를 통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휴면계좌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22일 보도했다.
타임스지는 이번 광고에 대해 스위스은행들이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주로 유태인들에게서 약탈한 금을 「세탁」해 현금화한 돈을 예치하고 있다는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공개대상인 휴면계좌들은 2차대전 당시의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휴면계좌의 주인이나 유가족이 나타날 경우 스위스은행협회는 검증과정을 거쳐 예치금을 모두 되돌려 줄 방침이다. 휴면계좌들 중 상당수는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유태인들의 소유인데 유태인들의 휴면계좌만 21억∼61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는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영국의 더 타임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프랑스의 르 몽드, 남아공의 더 스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포스트에 게재된다. 광고대행을 맡은 미국의 홍보업체 케트스트 앤드 컴퍼니사의 중역인 제프리 토필드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휴면계좌의 예치금은 자선사업이나 인도주의 구호사업에 기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은행들은 고객비밀주의에 따라 나치가 약탈해 은닉했거나 또는 약탈을 피해 예치한 수십억달러 상당의 예금과 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소유주 가족들의 반환요구를 거부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5월초 미국 정부는 스위스가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약탈한 4억달러 상당의 금괴(시가 40억달러) 중 대부분을 국립은행에 보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세계유태인협회 등 유태인 단체들은 국제여론을 등에 업고 스위스 정부에 재산반환과 진실규명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으며 스위스 재무부는 최근 유태인 희생자 기금으로 1억 스위스프랑(약 6백3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런던〓이진령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