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호텔 화재피해 왜늘었나]최고급 호텔에 원시적 장비

  • 입력 1997년 7월 13일 10시 01분


11일 발생한 태국 파타야 로열 좀티엔 호텔의 화재는 순식간에 80명이상의 사망자와 60여명의 부상자를 낸 어처구니없는 대참사였다. 별5개에 객실 4백50개나 되는 17층짜리 최고급호텔에서 화재가 순식간에 번지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한국인 투숙객과 외신을 종합한 결과 호텔과 현지 행정당국의 화재무방비와 인명경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심한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투숙객들에게 화재발생사실을 알리지 않아 탈출구를 찾지 못한 손님들이 무더기로 피해를 보았다. 우선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 이날 호텔 4층에 투숙해 있다 창문으로 뛰어내려 화를 면한 유찬희씨(35)도 화재발생후 10여분 지난후에야 가까스로 탈출한 경우. 유씨는 옆방에 투숙한 동료가 늦은 아침이 되도록 연락이 없자 그를 깨우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서다 화염과 연기가 밀려들자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있을 수 없는 일도 발생했다. 호텔측이 숙박료를 지불하지 않고 나가는 고객들을 막기 위해 비상문을 모두 잠가버렸기 때문.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은 각층 좌우에 설치된 비상문앞에서 사망자가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방화시설과 진화장비도 세계적 휴양지에 맞지 않는 초보적 수준이었다. 복도와 객실 곳곳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도 작동되지 않았다. 전력이 끊어지면서 전자키가 작동되지 않아 방안에서 숨진 사람도 많았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또 화재발생 1시간여 동안 불을 끄고 있었던 것은 파타야시 소방서의 소방차 4대와 고가사다리차 1대가 전부였다. 고가사다리차도 4층까지만 닿았다. 비상 방화수 공급도 달려 호텔 풀장의 물을 이용했다. 방콕시에서 소방헬기와 고가사다리차 등 소방차량이 도착한 것은 화재발생 1시간이 지나 이미 많은 인명피해가 난 후였다. 태국 정부는 지난 월요일부터 「환상의 태국(Amazing Thailand)」이라는 주제로 관광진흥 캠페인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망신을 당하게 됐다. 〈구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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