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김일성이 도발』…美誌「中공산당잡지 논문」게재

  • 입력 1997년 7월 4일 20시 01분


한국전쟁을 「남한이 도발한 침략전쟁」으로 규정해 온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을 부정하는 논문이 중국 공산당이 발행한 격월간지 「백년조(百年潮)」에 게재됐으며 이같은 논문의 게재는 중국 외교정책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뉴스위크지 최신호가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역사의 교훈들」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靑石(청석)이라는 필명의 학자가 쓴 이 논문이 △한국전쟁은 金日成(김일성)이 스탈린과 毛澤東(모택동)의 사주와 지원을 받아 일으킨 전쟁이며 △당시 모택동이 김일성의 지원요청을 거절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논문은 또 『한국전쟁은 지금까지 중국이 주장해온 것처럼 영광스러운 승리가 아니라 스탈린의 수중에서 놀아나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실익(實益)을 침식한 대실수』라고 비판했다. 중국정부는 아직까지는 학교 교과서와 군 학습서에 한국전쟁을 「미 제국주의자들이 남한의 李承晩(이승만)도당을 부추기고 유엔군을 조직해 북한을 침략한 전쟁」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정신에 따라 사회주의 북한을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 잡지는 『논문이 아직 당내에서 공론화되지는 않았지만 中美(중미)관계가 우호적일수록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당내 온건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고 보도하고 『이들은 당시 중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했기 때문에 지난 40년간 미국과 불필요한 적대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대만과의 통일도 이루지 못했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문제의 논문이 중국정부의 외교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중미관계보다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4자회담 개최를 앞둔 중국의 입장 정리와 더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분석가는 『다음달 5일 개최되는 4자회담 예비회담에 참여하기로 한 중국이 한국전쟁의 책임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미 거짓으로 판정이 난 「남한의 북침설」을 가지고 4자회담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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