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학교시험문제 모범답안 인터넷서 베껴내기 성행

  • 입력 1997년 6월 9일 20시 47분


인터넷을 통해 공급된 학교 시험의 모범답안 베껴내기가 미국에서 성행,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내 언론은 최근 이같은 현상을 집중보도하면서 학생 평가방식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말고사때마다 전문가들이 작성한 모범답안이 인터넷을 통해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중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전학년 전과목에 걸쳐 전현직 교사나 교수들이 인터넷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모범답안을 작성, 공급하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하버드대의 한 학생은 답안작성으로 떼돈을 벌게 되자 지난 봄 학교를 그만둔 뒤 답안공급사업가로 변신했다.

미국에서는 리포트로 시험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생들이 인터넷의 기말시험 사이트에 들어가 학교에서 내 준 과제의 답안을 골라 자신의 이름을 기록한 뒤 제출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한쪽에 6∼10달러의 비용만 인터넷회사에 지불하면 힘들여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철자법 하나 틀리지 않는 완벽한 답안지를 제출, 간단히 A학점을 받을 수 있다.

모범답안은 한 주제에 대해 수백개씩, 심한 경우 최고 1천2백개까지 준비되어 있어 학생들이 같은 답안을 제출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어떤 인터넷회사는 앞서 조회한 학생의 신분을 컴퓨터상에 표시, 학생들이 중복되는 답안을 선택하지 않도록 하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이같은 영업을 하는 인터넷회사는 미국에 줄잡아 60개 이상. 여기에 리포트를 공급해 주는 전문가들은 최소한 1천7백여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뉴햄프셔대는 자체 조사결과 50여명의 학생이 이같은 방법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사실을 발견하고 징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든 시험때마다 모든 학생들의 답안지를 인터넷답안과 비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의 종류가 워낙 많고 답안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교육자들은 『학생들을 타락시키고 게으르게 만들며 수학능력평가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며 「첨단 상혼(商魂)」을 비난한다. 의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법률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해결방법은 쉽게 찾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인터넷회사들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모범답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우기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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