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쓸만한 사람 과감히 쓴다』…연공서열식 인사파괴

  • 입력 1997년 6월 2일 08시 26분


얼마전 주주총회를 마친 히노(日野)자동차공업의 사장 교체는 일본 재계에 큰 화제가 됐다. 10년간 사장을 맡다 물러난 후타미 도미오(二見富雄)의 뒤를 이어 최고 경영자에 오른 사람은 유아사 히로시(湯淺浩)상무.부사장 및 전무로 있던 14명의 쟁쟁한 선배를 제치고 바로 사장으로 뛰어올랐다. 「연공서열」이 철저한 일본 기업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발탁인사였다. 가노(花王)의 새 사장에 선임된 고토 다쿠야(後藤卓也)전무는 이른바 「주류」가 아니면서도 사장자리를 거머쥐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가정용품 판매담당 경력이 없으면 결코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러나 고토는 화학제품 판매 및 구매분야에서 주로 일했으며 가정용품은 다뤄보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의 올해 사장 인사에 이처럼 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의 가메이 도시오(龜井俊郎)전무는 8명, 미쓰이 조선의 오카노 도시미치(岡野利道)상무는 7명의 선배를 추월하고 사장에 기용됐다. 가장 보수적인 금융계조차 예외가 아니다. 사쿠라 은행의 오카다 아키시게(岡田明重)전무는 9명이나 되는 선임 임원이 있었으나 바로 행장이 됐다. 스미토모(住友)생명의 요시다 고이치(吉田紘一)전무는 이사회 멤버가 된 지 4년만에 사장으로 발탁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발탁인사에 못지 않게 화제가 된 것은 고토 사장과 같은 비주류 인사들의 대거 입성. 아사히카세(旭化成)의 야마모토 가즈모토(山本一元)사장은 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주택부문 출신으로서 사장에 기용됐다. 말석 상무에서 바로 사장에 취임한 다이마루(大丸)의 오쿠다 쓰토무(奧田務)는 한번도 일선 점포장을 하지 않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예상 밖의 사장인사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감. 규제완화와 국제경쟁 격화로 서열중시형의 기존 방식으로는 현재와 같은 격변의 시대에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풉만措 공감대가 확산됐다. 주위의 하마평도 없이 사장으로 발탁된 인사들이 대체로 리더십과 판단력, 결단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어왔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동경〓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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