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량제공과 北입장]빗나간 자존심…백성만 곯는다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북한은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자존심때문에 외부의 지원을 받는데 실패하고 있으며 남한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지원동기를 의심하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지가 28일 비판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기사의 요약. 북한이 기아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외부의 주의를 끌지 못하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핵심적 이유는 그들의 자존심 때문이다. 2천3백만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집권층은 한국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지원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외부 언론의 기아지역 취재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친애하는 동지」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격상된 김정일(김정일)은 한국으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거나 굶고 있는 어린이들의 참상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를 선전공세로 사용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주 남북한(적십자사)의 식량지원 회담에서 북한이 식량포대에 한국산 표시를 허용,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북한 주민들이 알 수 있게 합의한 것은 특이할 만한 사실이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북한의 태도가 유연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판문점을 통한 식량수송을 거절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다. 북한은 「적」이 지원한 식량을 실은 수송차량들이 지나가는 장면을 군인들이 볼 경우 사기가 저하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번 남북한간의 합의는 또 1천t이상의 식량에 대해 지정장소에 기탁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제대로 전달되는지에 대한 감시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남한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어려울수록 거지처럼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또 남한의 지원동기를 수상쩍게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관리들은 이번 합의가 북한이 좀더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사기를 올려주고 4자회담에 나오도록 하는 목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한국 관리들은 남은 것은 북한이 4자회담에 나오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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