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총선 중간집계]좌파연합 40%득표 우세

  • 입력 1997년 5월 26일 20시 24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졌다』 프랑스 언론들은 26일 일제히 이같은 제목으로 총선 1차투표 결과를 요약했다. 내년3월에 총선을 실시하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하원을 해산,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최악의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6월1일 치러지는 2차투표에서도 좌파가 승리하면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시절인 지난 86년과 93년에 이어 또다시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가 등장, 시라크대통령은 더욱 곤경에 빠지게 된다. 역대 두번째로 낮은 68.3%의 투표율을 보인 1차투표 개표결과(해외영토 제외) 사회당과 공산당 등 좌파연합은 40.2%를 얻어 우파연합의 36.5%를 약간 앞섰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들은 이 득표율을 기준으로 2차투표에서 좌파가 2백67∼2백93석, 우파연합이 2백55∼2백80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31.7%에 달하는 기권자의 2차투표 참여여부 및 정당간 제휴, 특히 15%를 얻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향배 등 변수가 많아 이같은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프랑스 우파는 지난 78년 총선때 1차투표에서 좌파에 2.1%포인트 뒤졌으나 2차투표에서 의석 과반수를 확보한 선례도 있다. 그러나 군소 우파정당까지 합해도 우파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36.5%에 불과, 유권자들이 집권우파에 경고를 보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유권자들의 불만은 이번 선거의 쟁점이었던 유럽화폐통합문제와 재정적자축소 실업 등에 집중된다. 특히 화폐통합문제는 나머지 모든 문제를 제기한 근본원인으로 시라크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단행한 명분이기도 했다. 99년 출범하는 유럽단일화폐 체제에 참여하기 위해 우파정부는 지난 95년부터 재정지출을 줄여왔고 이로인해 사회적 불만이 누적돼왔다. 복지비용을 줄이고 공무원 및 공기업 종사자를 감축하는 한편 임금인상폭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노동인구의 12.8%인 3백5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정부보조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국 프랑스 유권자들은 유럽통합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당장 고통을 주는 정부를 맹목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좌파가 승리할 경우 차기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제1서기는 이같은 국민들의 여론을 간파,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통합에는 반대한다』면서 통화통합의 전제조건인 국내총생산(GDP) 3%이내라는 재정적자 기준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김상영 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