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네기홀 「경영난」무대 개방…거장연주 신화 깨져

  • 입력 1997년 5월 26일 20시 24분


세계의 예술인들이 한번쯤 서 보고 싶어 하는 뉴욕의 카네기홀 무대. 이곳에서 연주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량을 갖춰야 할까. 실망스럽지만 카네기홀이 돈을 받고 많은 수준미달의 연주자들에게 「영광의 무대」를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뉴욕타임스지는 미국이 자랑하는 카네기홀의 사용실태를 분석, 이 홀이 밖에 알려진 것처럼 탁월한 예술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돈만 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세계적 수준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지난주 메인홀에서 공연한 속옷 디자이너 조시 나토리를 비롯해 아마추어들까지 돈을 내고 연주홀을 빌린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나토리는 전문가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단돈 1만2천달러(약1천1백만원)를 낸 덕분에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다. 작년 한 해 동안 카네기홀이 직접 연주자를 초청해 공연을 주최한 것은 1백20회. 대관기간이 이렇게 짧다 보니 경영상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일반에 무대를 빌려주는 아이디어가 채택된 것이다. 수년전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그나마 신청자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경영난이 해마다 심해지면서 지금은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카네기홀의 기록관리인은 『소양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홀을 빌려준다는 사실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이라며 타임스의 보도를 시인했다. 한 관계자는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2년사이에 6명의 한국인이 자비로 이곳을 빌려 연주를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나 그는 연주자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뉴욕〓이규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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