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백만장자,恩人아들 입양…강제추방 맞서 법정투쟁

  • 입력 1997년 5월 14일 20시 34분


영국의 한 백만장자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네팔인과의 약속을 6년만에 지키게 됐다. 지난 6년간 영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켜온 이 휴먼드라마의 주인공은 18세기 고성(古城)과 1백50만파운드(약21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리처드 모리(42). 그와 네팔인 양자 제이 카드카(20)의 인연은 13년전인 지난 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팔로 등반을 간 모리가 폐를 다쳐 사경을 헤매다 경찰관이던 카드카의 아버지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한 것. 모리는 생명의 은인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주려했으나 카드카의 아버지는 정중히 거절하면서 대신 자신이 죽으면 아들을 보살펴 줄 것을 당부했다. 88년 카드카의 아버지가 숨졌다는 연락을 받은 모리는 2년간 수소문끝에 90년 카드카를 찾아내 영국으로 데려와 양자로 삼았다. 1년뒤 내무부 이민국에 카드카의 체류연장을 신청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내무부가 카드카의 체류연장을 거부한 것이다. 내무부는 95년에는 카드카에게 강제추방령을 내렸다. 양자를 영국에 살게 할 방도를 찾던 모리는 이민심판소에 카드카의 영국체류를 요구하는 심판을 청구, 96년 1월 이민심판소로부터 승인을 받기는 했으나 마이클 하워드 당시 내무장관은 먼저 내려진 강제추방령이 유효하다고 맞섰다. 모리 부자는 할수없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지고 말았다. 고등법원에 항소를 하기는 했으나 희망없이 생이별의 날만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지난 1일 총선을 계기로 「복음」이 전해졌다. 정권이 바뀌면서 새 내무장관이 된 잭 스트로가 이 문제를 다시 검토, 지난 12일 카드카의 영국체류를 허용한 것이다. 그동안 가정교사까지 들여 카드카에게 영어와 음악 미술 등을 가르치며 영국생활에 적응토록 혼신의 정열을 기울이면서 『만약 아들이 추방된다면 나도 고국을 떠나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던 모리의 표정이 비로소 환해지는 순간이었다. 〈런던〓이진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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