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국민,인기탤런트 딸 피랍참변에『내각사퇴』연일시위

  • 입력 1997년 5월 6일 20시 02분


살해된 백효연양
살해된 백효연양
대만에서 치안과 민생불안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내각총사퇴를 주장하며 사상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이는 등 李登輝(이등휘)총통의 국민당정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일 약 10만명의 대만 시민이 대북(臺北)시에서 치안부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連戰(연전)부총통 겸 행정원장과 내각이 총사퇴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대학생 2백여명도 이와 별도로 행정원 건물을 에워싸고 철야농성을 벌였다. 이번 대만 국민들의 불만 폭발의 계기가 된 것은 지난달 발생한 인기 탤런트 白氷氷(백빙빙)의 외동딸 白曉燕양(백효연·17)이 납치된후 살해된 사건. 여고생인 백양은 지난달 14일 범죄조직에 의해 납치됐으며 범인들은 몸값으로 5백만달러를 요구했다. 이 사건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으나 백양은 지난 달 하순 살해돼 하수구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현직 현장(縣長)과 현의원 2명 등 8명이 대낮에 사무실에서 범죄조직원의 총격을 받아 현장에서 사망하기도 했으며 올해 초에는 야당인 민진당 간부인 彭婉如(팽완여)가 강간당한 뒤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대만에서는 민생을 불안하게 하는 강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대만에는 크고 작은 범죄조직이 5백∼6백개나 되고 이들은 사회 각층에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 8백50여명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 의원중 약 3분의 1이 범죄조직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 6일부터 총통의 권한강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인 국민대회 임시회의가 소집됐으나 민진당과 신당 등 야당은 사회안정과 민생문제를 먼저 다룰 것을 요구하며 이총통에 대한 탄핵안을 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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