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부패척결 모범사례…리더십 확고가 최우선조건

  • 입력 1997년 2월 27일 19시 57분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 정치지도자들의 부패 만큼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것도 없지만 또한 부패만큼 단절하기 어려운 것도 드물다. 파키스탄의 경우 부정부패 때문에 총리가 두번이나 갈려야 했고 새 총리 역시 부패척결을 내세우고 있지만 성패여부는 미지수다. 그만큼 힘든 작업이 부패근절이다. 대부분의 새 지도자들은 취임때 부패방지를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을 남용, 사욕을 채우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패근절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최근 들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가장 부패가 심했던 필리핀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물러난 후 세제개편을 통해 한층 맑아진 나라가 됐다. 또한 50년대 부패로 악명 높았던 싱가포르 역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탈바꿈했다. 이런 사례들은 부패를 몰아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부패척결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확고한 정치 지도력이다. 지난 95년 출범한 므카파 탄자니아대통령은 부패근절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망속에 탄생했지만 곧 이에 반대하는 도전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법조계와 언론계 등 지도층을 대상으로 의식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혁을 계속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부패를 추방하기 위해서는 또 정부의 행정개혁과 각종 규제의 철폐가 필수적인 사안들이다. 인허가 권한을 축소해야 부패의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칠레가 이 방법으로 성공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정치지도자들은 부정부패가 다른 어떤 것들보다 더 자신들의 정치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부패와 맞붙어 싸울 수 있을 만큼 과감한 지도자들은 그 과정이 비록 고통스럽기는 해도 국민이 자기편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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