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歐가 떠오른다/헝가리]학생들 아르바이트 열풍

  • 입력 1997년 2월 25일 20시 13분


[부다페스트〓홍권희기자] 바치거리는 부다페스트의 명동 격이다. 옷가게 선물용품가게 등이 즐비하다. 이 곳에 작년에 새로운 풍경이 생겨났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연주회 안내장 등 광고전단을 돌리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이다. 『대학에서 갑자기 수업료를 내라고 하지 뭡니까.게다가 기숙사비도 올랐고요』 ▼무료교육 “이젠 끝”▼ 도심의 부다페스트대에 다니는 한 학생은 길거리로 나선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95년 9월 처음 생긴 수업료는 우리돈으로 연간 10만원선, 기숙사비는 연 1만5천원. 현지화폐로 적지 않은 액수인데다 사실상 학교측의 생활비보조가 끊긴 셈이라 대학생들은 크게 반발, 오랜만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럽 대학의 오랜 관례를 깨고 헝가리 대학들이 수업료를 받게된 것은 정부 재정지원이 줄었기 때문. 체제개편후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정부는 견디다못해 대학지원금을 대폭 깎았고 학교측은 학생 부담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돈이 필요하게됐고 아르바이트라는게 작년에 처음 도입됐다. 아르바이트로는 영어 수학 독일어 등 중고교생 과외가 가장 인기다. 설문조사 타이핑 교정 식당일 애봐주기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전문대학에 출강하면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렌젤 어틸러(33)도 번역 통역일을 가리지 않고 한다. 이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헝가리역사를 전공하는 김지영씨는 『최근 1, 2년 사이에 나타난 변화는 학생쪽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라며 『전통적인 인기학과인 역사 언어쪽보다는 영어나 독일어, 법학 의학 경제 경영 컴퓨터 기계 자동차 관련학과가 인기를 끌게됐다』고 말한다. 상아탑의 이같은 변화는 정부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과감한 개방을 꾀해온 헝가리는 지난 95년3월 비상각의에서 강력한 소비억제 및 사회복지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경제안정화정책」을 채택했다. 무역과 재정의 쌍둥이적자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내년이후 안정성장을 위해 95∼97년을 성장기반조성 시기로 삼고 강력한 내핍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 ▼안정화정책 일단 성공▼ 『그 덕에 경제는 작년부터 성장국면에 접어들었고 올해는 특히 민간소비가 활기를 띠고 투자도 회복돼 3%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현지 경제관리나 연구원들은 낙관적 전망을 한다. 연초 공공요금 대폭인상으로 시끌시끌했지만 올해 예상 물가상승률은 체제전환이후 처음으로 20% 이하인 17%. 오는 2000년에야 한자리수 물가로 끌어내리겠다는 「연착륙」전략이다. 포린트화의 평가절하와 수입억제로 경상수지 적자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일단 안정화시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헝가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산업은 금융.체제전환 초기부터 과감한 금융개방으로 한때 은행부도등 혼란을 경험하기도 했으나 유럽연합(EU)기준을 충족하는 제도정비로 규제가 거의 없다. 부다페스트의 朴鍾秀(박종수)대우은행장은 『은행간 결제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게 유일한 흠이지만 은행간 전산망이 올해 완결될 것』이라며 『금융산업이 한국보다 1년 정도 앞서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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