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거리 『때빼고 광낸다』…대대적 유물보수-도시정비

  • 입력 1997년 2월 25일 20시 13분


[로마〓오명철기자] 서양문명의 「정신적 수도」이자 가톨릭의 「정신적 귀의처」인 로마가 「새로운 천년」의 시작이자 「성년」(聖年)인 서기 2000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유물 보수 및 도시정비에 나서고 있다. 로마 곳곳에는 현재 인류가 남긴 가장 위대한 건축물중 하나인 콜로세움과 판테온, 로마 건국신화의 무대인 팔라티노언덕과 역대 황제의 묘당이자 교황의 피신처였던 산탄젤로성 등 고대 로마의 기념비적 건축물에 대한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또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광장, 이탈리아 통일을 이룩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기념관 등 중세와 근대의 역사적 유적 등에 대한 보수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인류 문화의 보고인 바티칸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입구의 나선형계단과 시스티나예배당의 벽화 및 라파엘로의 명화 「아테네학당」에 대한 단장 공사를 목격하게 된다. 로마가 이처럼 대대적인 「환경미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2000년을 맞아 예년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이 서양문명의 본산인 이곳을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바티칸이 이 해를 「성년」으로 선포해 사상 최대의 순례객이 몰려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 전통적 의미에서 가톨릭교회의 「성년」은 교황이 50년 단위로 로마를 방문하는 신도들에게 대사면(大赦免·죄를 사해줌)을 베푸는 해를 말한다. 1500년 이래 로마뿐 아니라 전 세계의 교회가 이를 실시하고 있으나 신도들은 교황이 주재하는 「로마에서의 성년의식」에 더 깊은 의의를 두고 있다. 로마시는 2000년 한해에만 예년에 비해 2천만∼3천만명이 더 많은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들의 편의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지하철 및 주차시설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마시는 또 2004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신청해 놓은 상태여서 더 많은 도시 정비사업과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마시는 이에 따라 몇 년전부터 총 18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도시정비 및 문화 유산 복원사업에 퍼붓고 있다. 이 가운데는 특히 콜로세움에서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을 잇는 지하철 공사 등 시민과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도시개발 성격의 예산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이탈리아의 수도로서 로마의 도시적 기능을 강조하는 시당국의 견해와 가톨릭의 본산으로서 로마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내세우는 바티칸의 입장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로마의 도시적 성격을 강조하는 측은 『고대 유적에 다소 손상이 가는 한이 있더라도 시민의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로마의 문화적 성격을 중시하는 측은 『로마는 단지 로마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라 온 인류의 공동유산이며 전세계에 걸쳐 8억의 신자를 갖고 있는 가톨릭의 총본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같은 논란은 1942년 무솔리니가 만국박람회를 열기 위해 도시를 정비하면서 바티칸의 반발 등을 고려, 고대로마의 유산을 해치는 도시개발을 피하고 로마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7㎞ 지역에 신도시 에우르를 건설하는 방안을 채택한 사례를 상기시키며 관계자들간의 뜨거운 공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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