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사망/중국은 어디로]「대만 껴안기」 유연해질듯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8분


[홍콩〓정동우특파원] 鄧小平(등소평)의 사망은 중국의 통일정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는 대만이 가장 민감하게 관심을 갖는 부문이다. 아울러 우리도 주시해야 할 주변국의 중대정책이기도 하다. 대만측은 등 사망 이후 중국의 통일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을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대만측의 예측이다. 최근 중국시보 연합보 등 대만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등의 사망이 가져올 중국의 양안(兩岸)정책에 대한 분석기사를 싣고 단기적으로는 江澤民(강택민)총서기 등 중국의 현 지도부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권력기반 다지기와 정치 및 사회안정도모에 둘 것이기 때문에 대만문제는 현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대만측의 시각이다. 이들은 그 이유로 지금까지 중국의 통일정책은 등과 그 이전의 혁명 1세대 영도자들이 만들어 놓은 토대위에서 운영돼 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혁명 1세대의 통일관은 어떤 의미에서든 국민당과 공산당의 역사적인 연대 및 원한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통일에 대한 염원과 정서도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양안관계는 실리에 바탕을 둔 이성적인 관계라기 보다는 강온이 수시로 변하는 가변적인 경향이 짙었다는게 대만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비해 등 사후의 중국을 이끌어갈 지도부는 혁명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 이성적으로 통일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고 통일에 대한 염원도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등 사후 장기적으로 중국이 택할 통일정책은 대개 다음의 네가지 가능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현상유지. 일면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다른 면으로는 견제와 알력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태의 지속이다. △둘째는 보다 적극적인 교류와 관계증진이다. 경제협력 상호투자 무역증진의 관계가 계속 이어지면서 민간교류가 점차 늘어나고 양안간의 관계도 지금보다는 훨씬 개선되는 시나리오다. △셋째는 중국이 대만측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안을 받아들여 양안간에 극적인 공존협상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넷째는 긴장 및 무력통일. 이는 중국이 대만에 적극적인 고립정책을 취하고 군사적 위협을 가하며 궁극적으로 무력으로 통일하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나리오중 셋째와 넷째의 방안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을 인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대만의 독립을 용인하는 것으로 이는 중국이 통일정책의 핵심인 「하나의 중국」을 포기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강 총서기가 차세대 지도자로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창하고 있는 「대중화(大中華)건설」 구호에도 위배됨은 물론이다. 무력통일 시나리오도 중국으로서는 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국은 엄청난 정치 외교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하고 지금까지 이루어온 개혁 개방의 성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선포하지 않는 한 굳이 무력을 행사하거나 강경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장기적으로 취할 통일정책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본 정책은 유지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유연한 자세로 대만을 품어 안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강 총서기가 지난 95년초에 발표한 「강8점(江八點)」은 중국의 통일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평화통일 일국양제」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정책은 현 상태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대만 국민들이 1국 2체제를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때 비로소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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