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해외 친북인사, 訪北 취소사태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뉴욕·워싱턴·모스크바〓이규민·이재호·반병희특파원] 16일 金正日(김정일)생일을 앞두고 있는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의 망명사실을 모르는 듯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워싱턴 등 해외의 북한인이나 친북단체의 움직임은 평상시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생일축하를 위해 방북을 계획하고 있던 친북인사들은 이를 취소하고 있으며 해외의 각종 전시회와 만찬 등 축하행사도 예전과 다른 분위기라는 것. 알렉산드르 발리에프 평양주재 이타르타스통신 특파원은 13일 『평양에서는 김정일의 55회 생일 축하행사 준비가 진행되는 것 이외에 특별한 상황변화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평양당국이 황비서의 망명사실을 주민들에게 감추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은 10일부터 19일까지 모스크바시 콤소몰스카야 광장 맞은편 철도문화회관 3층에서 예정대로 「김정일동지 탄생 55돌 기념」화가전과 도예전시회를 열고 있다. 13일 오후 이곳을 찾은 「김」이라는 40대 후반의 북에서온 남자는 『방송을 통해 「황비서가 어떻게 됐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렇게 높은 분이 남쪽으로 간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김형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주최로 13일 오후 뉴욕시내 헴즐리호텔에서 열린 김정일 생일 축하연도 매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모임에는 캄보디아대사 등 유엔주재 외교관 유엔 국제식량기구관계자 그리고 한국계 종교인과 경제계인사 등 1백70여명의 외부인사 및 30여명의 북한공관 직원 등 2백여명이 참석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되풀이 되는 연례행사지만 시기가 황의 망명직후라서 북한측의 태도에 관심이 쏠렸으나 이날 행사장에서 북한측은 이번 사건보다는 북한에 대한 미국과 한국기업인의 투자에 관한 얘기를 주로 화제로 올렸다. 한 참석자는 행사순서나 형식도 없었고 주최측의 인사말도 없이 개별적인 대화만 오갔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초청장을 받은 사람들 이외에는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으며 심지어 복도에서 행사장을 지켜 보던 사람들조차 『손님들이 불안해 한다』는 북한측 주장에 따라 호텔경비원에 의해 현장에서 쫓겨 났다. 북한을 여러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대표적인 친북인사 K, C씨 등은 황의 망명에 대해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은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김정일의 생일축하행사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부랴부랴 취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워싱턴 지역의 경우 단 한 사람만이 김의 생일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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