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부장 핵가족제」무너진다…돈벌기 힘들고 부양비 폭등

  • 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李奇雨 기자] 2백년전 산업혁명으로 대가족제도가 붕괴됐듯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최근 「글로벌 이코노미」로 상징되는 새로운 경제여건에 적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핵가족제도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MIT공대의 경제학교수이자 경영대학원장을 지낸 제임스 서로는 최근 USA투데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남성들의 급여수준은 갈수록 바닥을 헤매고 있는 반면 가족부양에 따른 경비는 계속 치솟고 있다』며 『이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없으므로 결혼을 해서는 안된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에서는 25세에서 34세 남성가운데 3명중 한명꼴인 32%가 최저생활 이상으로 4인가족을 부양할만큼 충분한 소득을 올리고 있지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재의 복잡한 경제구조에서 자녀들이 제 몫을 해낼 수 있도록 하려면 이들에 대한 교육투자는 엄청날 정도다. 그는 『미국 중산층에서 가장 한명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며 『이같은 가족형태는 달라진 경제여건에서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서로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지난60년부터 92년까지 자녀를 갖고 있는 20∼24세의 독신여성이 두배로 늘어나고 특히 15∼19세의 경우 그 숫자가 4배까지 증가한 데는 이같은 경제적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4년동안 북경(北京)에서 이혼율이 배로 증가하는 등 선진국 개발도상국 가릴것 없이 이혼붐이 일고 있는것도 이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는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은 남편이 없어야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도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보다는 차라리 주정부의 보살핌을 받는 게 훨씬 낫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부양가족이 있는 미국 가정의 25%는 아버지없이 지내고 있다. 서로교수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부부의 맞벌이에 대해서도 여성들이 돈벌이를 위해 밖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 수입으로는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한 파출부를 둘 수 없다는 딜레마에 부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는 가정의 13세이하 어린이 2백만명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철저히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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