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李載昊특파원」 미국 정가의 1급 뉴스메이커인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사진)이 이번에는 「미국판 부산 복집사건」으로 또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하원 윤리위 규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그가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공화당 지도부와 나눈 전화통화가 도청돼 공개된 것.
뉴욕 타임스지에 의해 10일 특종 보도된 이 통화록에 따르면 깅리치는 지난해 12월21일 윤리위가 자신의 규정위반 사실을 밝히기도 전에 윤리위의 결정을 미리 알고 그 대책을 리처드 아미 상원의원(텍사스) 등과 숙의한 것으로 돼 있다.
이 통화록은 △깅리치가 하원의장으로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윤리위의 조사와 발표를 방해하지 않는 대신 △윤리위의 발표에 앞서 자신이 먼저 잘못을 시인함으로써 모양새를 갖추도록 윤리위가 「배려」한다는 묵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통화록은 깅리치가 하원의장으로서 윤리위의 결정을 사전에 알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법적 차원을 떠나 도덕적인 시비를 야기하고 있는 것.
통화록은 플로리다에 사는 익명의 부부가 전자스캐너를 통해 우연히 청취한 것으로 이 부부는 이를 민주당의 한 하원의원에게 주었고, 이 하원의원이 이를 뉴욕 타임스지에 전달함으로써 공개됐다.
문제의 통화록이 공개되자 공화당 지도부는 즉각 『도청법 위반이며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재닛 리노 법무장관과 FBI에 수사를 요청,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